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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문] 죽음학으로 읽는 자살… 생명존중·자살예방 전문과정 열린다 (2025.11.19) 최고관리자 / 2025.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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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은 병이 아니라 ‘말해지지 못한 자리’에서 온다”

임병식 교수, 생명존중·자살예방프로그램 신설

죽음학 관점에서 바라본 실존적 자살 충동 구조

 

우리 사회의 자살률은 여전히 OECD 국가 중 최상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다양한 예방정책과 정신건강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지만, 개인이 맞닥뜨리는 ‘말할 수 없음의 자리’, 즉 언어 이전의 고통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대한 접근은 여전히 빈틈으로 남아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자살 충동의 실존적 구조를 다루는 새로운 교육 프로그램이 마련돼 관심을 끌고 있다.

 

죽음학자이자 의학·철학 박사인 임병식 교수(한국싸나톨로지협회 이사장)는 오는 12월 11일부터 2026년 4월까지 〈생명존중·자살예방프로그램의 실제〉 강좌를 개설한다고 밝혔다. 이번 강좌는 한국싸나톨로지협회와 한신대 휴먼케어융합대학원이 공동 주최하고, 고려대 죽음교육연구센터가 주관하는 전문 교육 과정이다.

 

임 교수는 자살을 단순한 병리적 사건으로 보지 않는다. 그는 자살을 “말하려 했으나 말할 수 없었던 경험이 응축된 구조”라며, 자살 충동은 ‘죽고 싶은 마음’이 아니라 “살기 어려움을 표현할 언어가 부재한 상태”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한다. 죽음학에서 말하는 ‘부정성(negativity)’—말과 감정이 멈추고 공백이 발생하는 지점—이 인간의 내면을 잠식할 때, 실존적 균열이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임 교수는 “자살은 병이 아니라 말해지지 못했던 자리에서 온다”며 “자살 위기자의 내면엔 표현되지 못한 언어의 잔향이 남아 있다. 그 잔향을 알아차리는 감수성이 사회 전체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살예방의 핵심을 전문가 중심의 상담실 안이 아니라 “일상 속 관계”에서 찾는다. 무심코 건네는 안부와 짧은 대화, 곁을 지켜주는 조용한 동행이 실존적 고립을 회복시키는 힘이 된다는 것이다.

 

이번 강좌는 기존 예방교육과 달리, 인간 내면의 침묵·공백·부정성을 학문적으로 접근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심리 증상을 병리적 라벨링으로만 분류하는 기존 교육과 달리, 신경증·강박증·편집증·우울증 등 각 증상이 드러내는 ‘발화 구조’를 분석하고, 이를 어떻게 개입할 것인지 실질적 방법을 다룬다. 특히 AI 시대 이후 가속화된 고립·불안·정서적 단절 문제를 ‘실존의 언어’로 해석해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전체 10주 과정으로 구성된 <생명존중·자살예방> 인증 과정은 자살충동을 언어·관계·상황성의 관점에서 재해석하는 한편, 위기 개입을 위한 실질적 도구와 훈련을 제공할 예정이다. 첫 강의는 생명존중 의식 확산을 위해 무료 공개 강좌로 운영된다.

 

교육 기간은 2025년 12월 11일부터 2026년 4월 16일까지며, 강의는 격주 목요일에 진행된다. 관계자는 “이번 과정은 자살예방의 패러다임을 병리 중심에서 관계·실존 중심으로 전환하는 중요한 시도”라며 “자살을 바라보는 사회적 태도 자체를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저널21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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